이하 서울대학교 사회대 학생회 사무국장 김경필이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쓴 글.

안녕하십니까. 사회대 학생회 사무국장입니다. ‘사무국장’이라고 적어놓고 보니 새삼 이름만 그럴 듯한 자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에 관하여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학생회비 출납하고 문서 작성하고 기자재 관리하고 사도 사물함 배정하는 무보수 상근자’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 8월 말부터 한 달 가량 씨름한 끝에 어제 드디어 졸업앨범 사진 촬영 일정을 확정하여 공지한 사람입니다.

 제가 경제학부 게시판에 이렇게 굳이 글을 남기는 것은, 지난 몇 주간 일정 조정에 관하여 많은 경제학부 학우 여러분께서 큰 관심을 보여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혹은 그러한 관심 때문에 일정 조정 과정에 대한 많은 오해가 남아 있으며, 그리하여 그에 대한 해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번 일에 관여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이제껏 관악에서의 졸업앨범 사진 촬영이 적어도 3,500 명 이상의 졸업예정자가 연관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총학생회, 업체, 각 학과(부)의 사무실, 조교실 등 여러 단위가 이 일에 관여하기는 하지만, 이곳들 가운데 어느 한 곳도 이 일에 관하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학과 내부 일정에 맞추어 촬영 일정을 조정하는 일은커녕,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일정을 공지하는 일조차 책임 있게 수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사회대 학생회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을 사회대 차원에서나마 개선해 보고자 나선 것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괜히 나섰다가 봉변만 당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졸업앨범 제작에 관한 계약은 총학생회와 업체 사이에서 체결되고, 양자 간의 협의에 의하여 촬영 계획이 일차적으로 세워집니다. 이 단계에서 각 학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것은, 총 80개가 넘는 학과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총학생회는 일단 세워진 촬영계획을 각 단대 학생회를 통하여 각 학과에 전달하고, 각 학과가 업체에 직접 연락하여 학과 내부 일정에 맞추어 촬영 일정을 조정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악캠퍼스의 거대한 규모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식이고, 따라서 설령 학교 행정당국이 졸업앨범 제작을 주관하더라도 그들 역시 이렇게 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일부 단대나 학과에서 종종 발생하였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총학생회가 각 단대 학생회에서 수행하여야 할 일을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아 단대 학생회에서 학과로 촬영계획이 전달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고, 때로는 각 학과 사무실이 (총)학생회가 하는 일이라는 핑계로 업무를 나 몰라라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각 학과 사무실이 해당 학과 학생회를 통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편의적으로 일정을 변경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경제학부만 해도 지난 몇 년 동안 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교수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였던 바이니, 경제학부 학우 여러분께서도 과거 많은 문제가 있었음은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년의 이러한 난맥상을 목도하였던 올해 사회대 학생회 집행위원회는, 이번에라도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일정 조정에서 예년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로 결정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사회대 9개 학과(부)의 사무실 및 조교실을 직접 방문하여 학과 내부 일정을 확인하고 학과 간 일정 조율을 중개하였으며 교수님들과 학생들에 대한 공지를 당부하였고, 학생회 자체적으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일정을 공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학생회 집행위원들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여야 했습니다. 우선, 한 학과 내에서도 행정요원들과 조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한 이야기를 조교실에서는 전해 받지 못한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자신의 학과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를 온전히 알고 있지 못한 학과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조교실 내에서 조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학과에서는 교무조교에게 이야기한 일을 학생조교가 전해 받지 못하고서는 학생회에 화만 내기도 하더군요.

 또, (여러 학과 행정요원들과 조교들의 적극적인 협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과의 사무실과 조교실에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직면하였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조교실로, 조교실에서는 사무실로 일을 미루려 하였고, 심지어 어떤 학과의 조교에게서는 ─ 그는 학과조교였습니다 ─ “학사과정생들 일이니 우리가 알 바 아닌데요.”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또 어떤 학과에서는 소속 학생들에게 ‘사회대 학생회가 책임지고 하는 일이어서 우리는 전달만 할 뿐’이라는 식의 책임회피성 발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사회대 학생회가 자체의 명의로 일정을 공지하니까,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반대로 어떤 때에는 학생회 ─ 나아가 학생들 ─ 를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직면하여야 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일정을 조정해 놓고 학생회에는 통보해주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 혼선을 빚게 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편의보다는 어떻게 하면 교수님들을 덜 귀찮게 할 수 있을지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예컨대, 9월 18일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어 사회복지학과를 비롯한 5개 학과의 사진 촬영을 미루어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모 학과에서는 ‘이제 와서 교수님들의 일정을 바꿀 수 없다. 비가 오면 당일에 취소해도 학생들이야 별 상관없지 않느냐’고 말하며 일정 연기를 반대하여, 결국 9월 18일 아침에야 일정을 연기할 수 있었고, 이를 알지 못한 몇몇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비난은 일정 연기를 공지한 사회대 학생회가 다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등록금을 책정할 때나 학생들의 삶에 관련된 다른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학생회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학교당국이, 귀찮은 일이 있을 때에는 학생회에 그 일을 쉽게 미루어 두고 나 몰라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공식적인 단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대 학생회에, 사도 사물함 관리나 졸업앨범 일정 조정과 같은 부담이 많은 업무는 잘도 떠맡겨져 있습니다. 교육투쟁 기간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당하는 사회대 학생회가 사도 사물함을 관리하고 있으니, 현재 사도 사물함은 정부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유령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정감사감입니다.

 결국 올해에도 일부 학과의 책임회피적 또는 방관자적 태도, 그리고 학생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중간에 낀 사회대 학생회, 나아가 사회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골치를 썩여야 했습니다. 학교당국이 사회대 학생회에 책임을 지우려면 그에 합당한 권한을 인정해 주어야 할 텐데, 자신들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학생회에 대해서도 ‘너희가 뭔데 나서냐’는 태도를 갖고 있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저야 앞으로 한두 달 내에 임기를 끝마치게 되니 지난 한 달 동안 괜한 고생 좀 했다고 해도 큰 상관이 없지만, 졸업앨범 사진 촬영은 매해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니 걱정입니다. 학생들이 나서서 고액의 등록금에 걸맞은 권리, 더 나아가 학생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끊임없이 요구하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몇몇 학과의 무책임한 행태는 반복될 것이고, 그 피해는 학생인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올해 학생회 집행위원회가 이렇게 판을 벌여놓는 바람에, 졸업앨범 사진 촬영은 단대 학생회가 책임지고 주관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널리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도 걱정입니다. 사진 촬영은 학생회가 당연히 나서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으면, 누가 되건 일차적으로는 여러분이나 저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일 따름인 후임자들에게 제가 업무 부담만 엄청나게 늘려 주고 가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한 달 동안 당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마음 같아서는 후임자에게 ‘내년에는 괜히 나서서 봉변당하지 말고 죽이 되건 밥이 되건 행정당국에 떠밀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내막을 아시는 경제학부 학우 여러분께서라도 내년에는 학생들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성을 발휘해 주셨으면, 차기 학생회장이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때 조금이라도 지지하고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고, 내년에 저를 이어서 사무국의 일을 맡아 보게 될 후임자에게도 같은 학생으로서 그 입장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큰일도 아닌데 괜히 번잡하게 한 것 같습니다만 크게 탓하지 않으시고 지난 몇 주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신 학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P.S. 사회대 학생회가 촬영 일정을 자꾸 바꾼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대 학생회는 경제학부의 사진 촬영 일정을 9월 1일에 공지하고 10월 5일에 변경하여 공지하였지, 그 사이에는 바꾸지 않았습니다. 10월 18일에 찍을 수도 있다는 말이나 10월 26일에 찍을 수도 있다는 10월 2일의 공지로 인하여 혼선이 빚어진 것 같은데, 저는 분명 “잠정적으로 조정되었다”고 공지하였고 이것은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경로를 통하여 ‘대체 일정이 언제 확정되느냐’ 하는 물음이 제기되어 그에 답하여 ‘이러저러하게 되어가고 있다’는 차원에서 알려드린 것일 뿐입니다. “잠정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두 아시리라 믿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보고 개인 일정을 성급히 바꾸었다고 해서 사회대 학생회나 제가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회대 학생회에서는 경제학부의 큰 규모를 고려하여 경제학부의 일정 조정에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인지, 일정을 통지하고 그에 따르게 한 다른 학과들에 비하여 오히려 진행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 하였던 경제학부에서, 많은 격려를 받은 만큼 많은 비난을 뒤집어쓴 것 같습니다. 만약 사회대 학생회에서 별도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날짜를 정하여 공지하였다면 그때에도 이러하였을지 의문입니다. 못 찍을 사람은 못 찍고 찍을 사람은 알아서 일정을 맞추지 않았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다음부터는 다른 과정을 통하여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완전한 여담인데, 저나 사회대 학생회로부터 여러분이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회는 ‘학우 여러분을 위하여’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라 ‘학생인 우리들을 위하여’ 존재하는 단체이고, 학생회의 일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생회에 어떤 대가 ─ 표? 학생회비? ─ 를 지불하고 학생회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는 식의 태도는 갖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학생회비는 가격이 아니고 저 같은 학생회 상근자는 여러분의 피고용인이 아니며 학생회 사업은 서비스가 아닙니다. 만약 학생회가 서비스업체라면, 학생회는 아마도 존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관악의 어느 누구도 단돈 1,000 원(2학기 학생회비 180만 원 ÷ 등록자 1,800 명)에 한 학기동안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학생회에 요구하는 서비스는 사실 여러분이 학생회를 통하여 학교당국에 요구해야 할 것들입니다.

원래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욕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ㅎㅎㅎ
깽의 고생이 눈에 보이는데;;;;

그나저나, 지성들이 모여있다는 대학교 본부는 도대체 학생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책임을 질 때는 지고, 할 것은 해야 하는데...
괜히 등록금이나 올리지 말고 이런 사소한 것이나 신경쓰지. ㅋ
이게 돈 많이 드는 일도 아니고, 관심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문제인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책임을 지는 사람이나 주체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는 데 바빠서 이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인가.

뭐, 이런 질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니....
결국 자아비판인가....ㅎㅎㅎㅎㅎ

하여튼 경필아...고생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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